계층사다리 무너진 한국, 원인은 ‘교육’

수시중심 대입으로 교육격차 심화…금수저에게만 주어진 기회
기회·소득불평등 점차 악화…교육평등과 투자로 해결해야

“과거 아버지 세대 때는 소득 수준이 낮아도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계층이동이 가능했다. 하지만 현 시대는 이러한 가능성이 낮아졌다. 원인은 교육이요, 해결책도 교육이다.”
[대학저널 신효송 기자] 최근 만난 한 경제학 교수의 말이다. 실제로 대입 정시축소, 사법시험 폐지 등 교육 쪽 ‘계층이동 희망 사다리’가 사라지면서 우리사회의 기회와 소득 불평등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교육을 중심으로 불평등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돈 있어야 ‘SKY’ 간다? 갈수록 심화되는 계층격차
최근 종영한 한 드라마에서는 부모의 소득과 학력이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실제로 대입이 수시중심으로 바뀌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

전희경 의원(자유한국당)이 교육부로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입시컨설팅 학원은 2014년 말 51개에서 2018년 8월까지 248개로 5년만에 4.9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부 위주 전형 비율은 2015학년도 54.6%에서 2019학년도 65.9%로 11.5% 증가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이를 위한 입시컨설팅 학원도 5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정부는 수능 축소와 내신 절대평가 도입으로 학습 부담이 줄어들어 사교육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주장하지만, 오히려 사교육비는 늘어났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7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7만 1000원으로, 2016년 25만 6000원에 비해 1만 5000원(5.9%) 늘었다.
더 큰 문제는 사교육비 부담이 클수록 소득에 따른 교육격차는 심화된다는 점이다. 전 의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 서초 소재 입시컨설팅학원의 경우 분당 5000원의 교습비로 시간당 30만 원의 교습비를 지불해야 한다. 진학지도 1개월 10시간에 300만 원, 20시간에 600만 원까지 최고수준으로 받는 학원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수준이 높지 않고서는 엄두도 낼수 없는 금액이다.

대입이 학생부 위주 전형 중심이 되다보니 학비가 비싸지만 명문대 진학이 유리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등 교육 양극화도 극심해지고 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김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단위 자사고와 일반고 간 상위권 학생 비율은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평균 학비는 1133만 원으로, 일반고 대비 9배 이상 높으며, 대학 등록금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해당 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의 월 평균 사교육비 지출액도 일반고 진학 희망자 대비 약 5배 높았다. 계층 간 격차가 점점 확대되는 것이다.

\"\"

2017년 폐지된 사법시험도 계층격차와 불평등을 초래했다는 얘기가 있다. 당시 고시 과열현상, 유착관계 형성, 과도한 시간과 비용 낭비 등의 문제가 제기돼 사법시험은 축소 및 폐지되고, 대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로스쿨의 비싼 학비, 4년제 대학 필수 졸업, 불명확한 입시구조 등 부작용이 속속 나타나면서 가진 자만 법조인이 되는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개천에 용 안 난다” 한국 기회불평등 세계 ‘최악’

최근 한국경제학회가 주최한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서울대 경제학부 주병기 교수는 ‘공정한 사회와 지속가능한 경제발전’ 주제 발표에서 ‘개천용불평등지수(기회불평등지수)’라는 말을 꺼냈다.

개천용불평등지수란 부모의 학력·소득 수준에 따른 자녀의 성공 여부를 수치화한 것이다. N을 성공한 사람들 중 최하위 배경을 가진 사람의 비율, Q를 전체집단에서 최하위 배경을 가진 사람의 비율로 놓고 1-N/Q한 값으로 측정한다.

완전한 기회평등일 시 N과 Q의 값이 같으므로 개천용불평등지수는 0이 된다. 반대로 완전한 기회불평등일 시 N은 0이 되므로 개천용불평등지수는 1이 된다. 즉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한 상태라는 뜻이다.

주 교수는 개천용불평등지수를 바탕으로 한국의 기회불평등 현황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2000년대 이후로 노동시장의 소득 기회불평등이 악화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가구 출신이 상위 20%이내 소득획득에 실패할 확률이 2000년대 초반 15~20%에서 2013년 35%까지 상승한 것이다.

주 교수는 이러한 기회불평등의 원인으로 교육격차를 꼽았다. 분석 결과 부모학력이 낮을수록 수능성적 고득점 획득에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언어, 수학, 외국어(영어)영역 모두 기회불평등 수준이 높았으며, 특히 외국어영역의 개천용불평등지수는 0.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부모학력이 낮은 수험생 10명 중 7명은 외국어영역에서 고득점 획득에 실패하는 것이다. 아울러 농어촌과 광역·중소도시 간 기회불평등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사회에서의 기회불평등도 한국이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5~2015년 나라별 수학성적 개천용불평등지수를 보면 일본이 0.79로 가장 높으며 한국이 그 다음인 0.69로 나타났다. 가장 낮은 나라는 독일(0.24)과 프랑스(0.24)였다.

\"\"

다만 주 교수는 현 상황에서는 수능보다 더 나은 대입제도는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전형은 오히려 이러한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고입·대입 손질해 교육격차 해소돼야

주병기 교수는 갈수록 악화되는 기회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총체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격차 해소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먼저 중등교육의 지역 간 질적 불균형이 해소돼야 하고 고입경쟁·고교 서열화 최소화, 평준화 확대를 주장했다. 교사의 권한과 복리후생을 높여 교육성과를 향상시키는 것도 제안했다.

대입에서는 기회균등·지역균형선발 비중을 확대하고 이를 위한 재정적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현행 수시, 정시를 구분하는 것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능성적, 내신, 면접·논술을 통합 고려해 선발하는 것과 현 객관식 위주 수능을 서술·논술형으로 변화시켜 논술·면접을 대체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외에도 지역별 거점대학을 선정, 재정과 학생장학금을 지원해 지역 우수학생 선발 유도 및 공공부문 취업기회 연계도 필요하다 조언했다.

고등교육 투자·관심도 불평등 해소의 핵심

고입, 대입 뿐 아니라 대학이 앞장서서 기회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제학 전문가인 상명대 백웅기 교수(현 상명대 총장)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소득불평등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사회이동성이 담보돼야 한다. 사회이동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교육”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등교육 즉 대학이 교육을 통해 계층사다리를 놓아주는 것이 필요한데, 백 교수는 해외사례를 보면 교육의 발전이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소득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 밝혔다. 결국 대학이 옛날 기술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소득불평등이 발생하는 걸 방지하려면, 국가가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백 교수는 대학 또한 누구나 고등교육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장학금 등 지원을 해줌으로써 교육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댓글은 닫혔습니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